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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기면 팀도 이겨요'
서울 부광약품, 보령 머드 2-1로 꺾고 2위로
  • [한국여자바둑리그]
  • 2021-07-17 오전 7:49:40
▲ 권효진 감독과 정유진의 승자 인터뷰. 용궁에 여러 번 갔다 온 기분이고요. 운이 많이 따르는 것 같습니다. (권효진 감독)

정유진이 또 이겼다. 서울 부광약품은 여태까지 3지명 정유진이 이기면 늘 팀이 이겼었는데 이번에도 그 공식은 비껴가지 않았다. 정유진의 선제점과 박지연의 결승점으로 강호 보령 머드에 승리하며 전반기 패배를 설욕했다.

서울 부광약품은 주장 허서현이 5승 3패, 2지명 박지연이 4승 3패, 3지명 정유진이 5승 3패로 3명의 주전 선수 모두 고른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모두 2-1 스코어로 팀 승리를 가져갔다는 것. 선수들의 호흡이 잘 맞아떨어져 굉장히 효율적인 승리를 거둬왔다. 그리하여 3위 보령 머드보다 개인승은 2승 적지만 팀 승리가 1승 많아 2위 자리에 오를 수 있게 됐다.

5승 3패의 두 팀이 만난 9라운드 2경기에서 서울 부광약품이 보령 머드를 2-1로 꺾고 6승 고지에 올랐다. 3위였던 서울 부광약품이 2위로 올라섰고 2위였던 보령 머드가 3위로 내려앉았다.


▲ 정유진-김경은. 정유진이 대마를 잡으며 승리했다.

2국은 김경은(보령 머드)과 정유진(서울 부광약품)의 3지명 맞대결. 신예의 패기가 부딪혀 불꽃을 뿜어내는 치열한 경기였다. 흑백 각각 25개가 넘는 돌들이 얽히며 복잡한 대마 수상전을 벌였다.

▲ [김경은(흑)-정유진] ▲의 돌들이 걸린 대마 싸움이 진행 중이다. 백이 1로 젖혀간 장면.

▲ 실전 진행. 흑1이 마지막 패착. 서로 한 수씩 수를 줄여갔고...

▲ 1로 때려서 패가 되는데 흑이 한 팻감 부족해서 대마가 죽었다. (*백4,10은 ▲의 곳에 따냄. 흑7은 1의 곳에 따냄.)

▲ 흑은 1로 이었어야 했다. 백이 2로 수를 줄일 때 3으로 먼저 따내서 백에게 팻감을 쓰게끔 강요하는 게 좋았다.

▲ 백이 팻감을 쓰고 패를 따내면 흑은 4로 백의 수를 줄이고, 백도 5로 흑의 수를 줄일 수밖에 없을 때 흑6으로 패를 따내서 또 백에게 팻감을 강요한다. (*흑6은 ▲의 곳에 따냄.)

▲ 이어지는 진행. 흑10이 절호의 팻감이 된다. (*흑6은 ▲의 곳에 따냄. 백9는 3의 곳에 따냄.)

▲ 실전 진행과 팻감 하나 차이가 나서 백이 곤란하다.

마지막 초읽기로 완벽하게 수읽기 하기란 쉽지 않은 복잡한 모양이었다. 승리한 정유진은 국후 인터뷰에서 "마지막에 수읽기가 안돼서 제가 죽은줄 알았는데... 메우다 보니까 한 수가 빠르다는 걸 알았어요."라며 대국 당시 심경을 전했다.

정유진이 대마를 잡으며 행운의 승리를 거머쥐었고 서울 부광약품이 1-0으로 앞서나갔다.

▲ 박소율-박지연. 박지연이 박소율과의 첫 대국을 승리로 장식하며 팀 승리를 확정 지었다.

보령 머드 4지명 박소율과 서울 부광약품 2지명 박지연(흑)의 대결. 두 선수는 공식전 첫 대국이다. 무난한 초반을 지나 중반으로 들어섰을 때 흑은 네 귀를 차지했고 백은 상변과 중앙을 크게 키워간 모양이 됐다. 흑이 상변을 삭감했을 때 백의 완착(108수)이 등장하면서 형세가 조금씩 기울기 시작했고 이후 흑이 우상귀 모양을 깔끔하게 정리하면서 승기를 잡았다.

입단 16년 차 박지연이 입단 2년 차 새내기 박소율에게 관록의 힘을 보여주며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서울 부광약품이 1,2국을 모두 가져가며 2-0으로 팀 승리를 확정 지었다.

▲ 최정-허서현. 최정이 승리하며 9연승에 성공했다.

3국은 최정(보령 머드)과 허서현(서울 부광약품)의 주장전. 상대 전적은 허서현 기준 1승 3패. 최정의 승리에 무게가 실리긴 하지만 상대 전적 중 2패는 허서현이 성장하기 전의 전적이고, 올해는 두 판 겨뤄 1승 1패다. 최근 겨뤘던 기업은행배 16강도 최정이 승리하긴 했지만 내용면에선 허서현도 밀리지 않았기 때문에 기대되는 매치였다.

초반은 팽팽했다. 하지만 중반에 들어서자 최정의 진가가 나타났다. 잘 두어 가던 허서현이 한 수 삐끗하자 최정은 지체 없이 바로 승리를 낚아챘다. 허서현이 잘 두다가 급격하게 무너져버린 바둑이었고 상대의 실수를 놓치는 법이 없는 최정이었다.

▲ [허서현(흑)-최정] 백이 ▲로 둔 장면. 현재 형세는 만만치 않다. 이때 흑이 A나 B로 두었다면 아직 갈길이 먼 바둑.

▲ 예시 진행. 흑1로 둔다면 이후 이런 정도의 무난한 수순을 예상해 볼 수 있고 지금부터의 바둑이다.

▲ 실전 진행. 흑1이 너무 깊었다. 백2로 덮어씌우자 흑이 답답해졌다.

▲ 흑은 내친 걸음으로 계속 두었는데...

▲ 타개가 쉽지 않았고 결국 몇 수 지나지 않아 돌을 거뒀다.

초반 팽팽하던 형세가 무색하게 한순간에 끝이 난 바둑이었다. 135수, 대국 시간 1시간 20분이 채 되지 않아 승부가 결정되었다. 최정이 허서현에게 승리하면서 팀의 영봉패를 막아냈다. 이로써 최정은 9전 전승. 개인 다승 단독 1위를 유지했다.

서울 부광약품이 보령 머드에 2-1 승리를 거뒀다. 전반기를 1위로 마감한 보령 머드는 후반기 출발이 좋지 않다. 8라운드에 이어 9라운드도 패하며 2연패를 당했다. 반면 서울 부광약품은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2연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완전히 끌어올렸다.

2021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는 17일 서귀포 칠십리와 순천만국가정원의 9라운드 3경기로 이어진다. 대진은 이민진-박태희(0:1), 조승아-오유진(4:7), 정연우-장혜령(2:3, 괄호 안은 상대 전적).



▲ 한 팻감 차이로 대마가 잡히며 아쉽게 패배한 김경은.

▲ 서울 부광약품의 '승리 요정' 정유진.

▲ 타이틀 보유자였던 박지연의 관록을 넘어서지 못한 신예 박소율.

▲ 신예 박소율에게 선배의 무서움을 알려준 박지연.

▲ 최정을 상대로 잘 두어가다 급격히 무너진 허서현.

▲ 실수를 놓치지 않는 최정. 최정의 전승을 막을 자는 누구인가.

▲ 보령 머드 검토실.

▲ 보령 머드 검토실에서 흘러나온 말말말. '젊은 친구들은 바둑을 이렇게 재밌게 두는구먼~' -김경은과 정유진의 대국을 보던 중.

▲ 서울 부광약품 검토실.

▲ 서울 부광약품 검토실에서 흘러나온 말말말. '여자바둑리그 하면서 코치 실력이 가장 많이 늘었어요~' -최근 폭발적인 성적을 내고 있는 한웅규 코치를 놀리며(?)

▲ 뒤에서 큰 힘을 실어주고 있는 서울 부광약품 한웅규 코치. 최근 용성전 본선 4강, 농심배 2차예선 2회전에 오르는 등 폭발적인 성적을 내고 있다.

▲ 3국이 끝나고.

2021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정규리그는 8개 팀 더블리그로 진행되며 총 14라운드, 56경기, 168국이 치러진다. 정규리그 상위 4개 팀이 9월에 시작되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 제한 시간은 장고바둑의 경우 각자 1시간에 40초 5회의 초읽기, 속기바둑은 각자 10분에 40초 5회의 초읽기가 주어진다. 정규리그의 모든 대국은 매주 목~일요일 6시 30분 바둑TV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고 NH농협은행이 후원하는 2021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우승 5500만 원, 준우승 3500만 원, 3위 2500만 원, 4위 1500만 원으로 지난 시즌과 동일하다. 팀 상금과 별도로 정규리그에 지급하는 대국료는 매판 승자 130만 원, 패자 40만 원으로 지난 시즌보다 각각 30만 원, 10만 원이 인상됐다. 이번 시즌부터는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 후보 선수에게 10만 원의 미출전 수당이 지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