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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죽지세 부안 곰소소금, 여수 거북선 꺾고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에이스 오유진 패하고도 2지명 허서현과 3지명 이유진 합작으로 포스트시즌 3연승 이끌어
  • [한국여자바둑리그]
  • 2020-09-04 오후 11:00:48
▲ <부안 곰소소금>이 정규리그에서 단 한 번도 없었던 진기록으로 포스트시즌 3연승을 이어갔다. "에이스가 패하면 우리가 이겨요." 승리의 주역 이유진, 허서현 인터뷰.

9월 4일(금요일) 오후 4시, 홍익동 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준플레이오프 승자 부안 곰소소금(김효정 감독)과 정규리그 2위 여수 거북선(이현욱 감독)의 플레이오프 1차전이 펼쳐졌다.

<부안 곰소소금>은 턱걸이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을 2-0으로 쓸어 담고 플레이오프로 성큼 뛰어올랐고 <여수 거북선>은 고른 전력과 탄탄한 팀워크로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하고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을 지켜보며 플레이오프전을 준비했다. 안정적인 1, 2지명에 끈끈한 3지명을 보유한 팀컬러는 비슷한데 1~3지명 전력 차가 적은 <여수 거북선>이 조금이라도 더 두터워 보인다. 같은 선수끼리 리턴매치를 펼친 전, 후반기 경기에서 <여수 거북선>이 모두 승리했다. <부안 곰소소금>이 파죽의 기세로 준플레이오프를 돌파했으나 <여수 거북선>은 통계가 입증하듯 까다로운 팀이다.

사전 공개된 오더는 <부안 곰소소금>의 고민이 엿보인다. 정규리그 종반과 포스트시즌에서 회복의 청신호를 보여주긴 했어도 아직 불안정한 3지명 이유진을 제1국에 내세웠는데 절묘하게 전, 후반기 리턴매치를 펼쳤던 <여수 거북선>의 3지명 이영주가 제1국의 상대로 나왔다. 통산 상대전적에서 이영주가 3-0으로 압도하고 있어 2지명 허서현을 제3국으로 돌린 <부안 곰소소금>의 오더전략은 성공이라고 보기 어렵다.

<부안 곰소소금>이 제1국에 3지명 이유진을 배치한 이상 필승카드를 제3국으로 돌리는 위험부담을 감수할 수 없으므로 ‘조커’ 오유진은 제2국에 출전할 수밖에 없다. 팬서비스라도 하듯 <여수 거북선>도 에이스 김혜민을 제2국에 내세워 1지명 격돌이 이루어졌다. 정규리그 다승 3위(10승 4패)의 맞대결이기도 하다. 상대전적은 오유진 기준 4승 2패.

서로 예측대로 맞아떨어진 오더는 아닌데 결과에 따른 처지와 생각도 다를 것 같다. <여수 거북선>은 제1, 2국에서 2승이면 좋고 1승 1패가 돼 제3국에 승부를 걸어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할 것 같고 <부안 곰소소금>은 포스트시즌 연승의 기세를 탄 데다 상대전적도 좋은 오유진이 제2국에서 승리하고 장고대국(제1국)에서도 이유진이 상대전적의 열세를 극복하는 반전으로 제1, 2국을 모두 잡고 싶은 심정이 아닐까 모르겠다. 제3국으로 넘겨져 2지명 맞대결이 되면 아무래도 피곤한 싸움이 될 테니까.

오후 4시, 김성진 심판위원의 대국 개시 선언에 맞춰 바둑TV 생방송 중계(진행-김여원 캐스터, 해설-백홍석 해설위원)로 제1, 2국이 시작됐다.

속기로 진행된 제2국이 끝났다. 대국 초반은 상대전적이나 연승의 기세를 볼 때 우세할 것이라 예상됐던 오유진(흑)이 주도하는 흐름. 두 선수 모두 흑을 쥘 때 승률이 압도적으로 좋았기 때문에 흑백을 가리는 운까지 오유진 쪽으로 기운 것이 아닌가 하는 진행이었다. 118수가 넘어갈 때까지 흑의 우위로 이어지던 형세는 흑의 좌변, 좌하귀 침투 과정에서 변화를 일으켰다. 좌하귀 흑은 사활의 패가 남았고 좌변 흑이 미생의 형태로 봉쇄될 처지에 몰리면서 형세가 뒤집혔는데 백의 우위는 중앙 운영의 실패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흑이 백의 집이 될 수 있었던 중앙을 초토화하면서 살고 거꾸로 좌변 백이 사활을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여기서 ‘종반에 우위를 점하면 필승’이라는 오유진의 승리공식이 깨졌다. 바둑은 멘탈의 승부. 삼성화재배 예선결승 역전패의 후유증일지도 모르겠다. 불리한 형세를 묵묵히 견디며 따라잡은 김혜민의 끈기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300수 끝 백 1.5집 승.

오후 7시 17분 장고대국(제1국)도 종료. <부안 곰소소금>의 3지명 이유진이 상대전적 3연패의 열세를 극복하고 <여수 거북선>의 3지명 이영주를 꺾었다. 초, 중반의 흐름은 이유진(백)의 우세. 좌하일대에 두터운 형태를 구축하고 발 빠르게 우상귀와 우하귀, 좌상귀의 실리를 확보한 이유진이 흔들림 없이 우위를 이끌어 플레이오프 1차전도 <부안 곰소소금>이 가져가는 분위기였다. 제2국에서 승리가 유력했던 오유진이 역전패의 비보를 알릴 때 제1국도 요동치기 시작했다. 80%에 가까운 AI 승률을 유지하던 이유진이 좌상귀 접전에서 흑의 공격에 반발하면서 변화가 발생했다. 쌍방 카운터펀치를 주고받으며 두 번의 바꿔치기를 거쳐 엎치락뒤치락 우열이 교차되는 난타전으로 진행됐는데 승부는 중앙에서 결정됐다. 흑이 틀어막고 버텨야 하는 중앙 접전에서 한발 물러나 지키면서 중앙 출로가 활짝 열리고 흑 넉 점을 크게 품은 백이 승세를 굳혔다. 이후 지루한 끝내기가 이어졌으나 백이 끝까지 침착하게 마무리하면서 재역전 없이 끝났다. <부안 곰소소금>의 이유진이 대 이영주전 3연패의 사슬을 끊으며 승리. 팀의 승부는 1승 1패 원점으로 돌아갔다. 252수 끝 백 불계승.

2지명 맞대결로 펼쳐진 제3국은 선수들의 개성, 장단점이 뚜렷하게 드러난 승부였다. 1지명의 기량을 가졌으나 실수했을 때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다 무너지는 송혜령(여수 거북선)과 승부처의 결정력이 부족한 것 같지만 신중하고 침착하게 따라붙어 종반에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는 허서현(부안 곰소소금). 이 대국도 그렇게 전개되고 그렇게 끝이 났다. 대국내용은 초반부터 종반까지 송혜령이 좋았다. 우하 쪽에서 작은 착각이 있었으나 초반 좌하 쪽 접전에서 기선을 제압한 뒤 시종 앞서갔다. 좌하 쪽에서 중앙으로 흘러나온 흑 대마가 쫓기고 있었으나 잡힐 정도의 위기는 아니었고 공격을 벗어난 이후로는 여러 차례 승리의 기회가 있었다. 상변 백을 빅의 형태로 만들 장면에서 9집을 내준 착각이 치명타였고 우하 쪽 백 대마를 위협하는 선수로 백 한 점을 따낼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게 패착이 됐다. 허서현은 마지막까지 참고 견디며 기다리다가 단 한 번의 기회를 승리로 이끄는 집념을 보였다. 303수 백 2.5집 승.

<부안 곰소소금>은 에이스 오유진이 패하고 팀은 승리하는 첫 번째 기록으로 포스트시즌 3연승을 이어갔고 전, 후반기 모두 <부안 곰소소금>을 압도했던 <여수 거북선>은 에이스 김혜민이 상대전적 열세를 무릅쓰고 1지명 맞대결에서 승리하고도 패하는 아픔을 맛봤다.

파죽지세의 <부안 곰소소금>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이냐, 전열을 가다듬은 <여수 거북선>의 반격이냐. 플레이오프 2차전은 28일(토요일) 오후 4시에 이어진다.

2020 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14라운드) 총 56경기, 168국으로 3판 다승제(장고 1국, 속기 2국)로 겨루며 두 차례의 통합라운드를 실시한다. 9월에 열리는 포스트시즌을 통해 정규리그 상위 4개팀이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으로 열리는 스텝래더 방식으로 여섯 번째 우승팀을 가려내는데 단판으로 열렸던 준플레이오프는 2경기로 늘렸다. 3위 팀은 1경기 승리 또는 무승부일 때, 4위 팀은 2경기 모두 승리해야만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을 수 있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은 전년과 동일한 3경기로 열린다. 바둑TV를 통해 매주 월~목요일 오전 10시에 중계됐던 여자바둑리그는 이번 시즌부터 목~일요일 오후 6시 30분으로 옮겨 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2020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상금은 각 순위별 500만원 인상해 우승팀에게는 5500만원이, 준우승 3500만원, 3위 2,500만원, 4위 1,500만원이 주어진다. 우승상금과 별도로 책정되는 대국료는 전년과 동일한 승자 100만원, 패자 30만원이다.

▲ 플레이오프 1차전 대국장 전경. 오후 4시에 제1, 2국이 시작되고 어느 한 팀이 2승을 기록하면 그대로 끝내고 1승 1패면 제3국을 속개한다.

▲ 플레이오프 1차전 김성진 심판위원.

▲ 제1국은 3지명 맞대결. 흑을 쥔 <여수 거북선> 이영주가 상대전적 3승 무패로 앞서 있다.

▲ 포스트시즌에서 정규리그의 부진을 만회하고 있는 <부안 곰소소금> 이유진. 대 이영주전 3연패의 사슬을 끊을 수 있을까.

▲ 제2국에 출전해 1지명 맞대결을 펼친 <부안 곰소소금>의 오유진. 대 김혜민전 4승 2패로 앞서 있다.

▲ 오유진에게 상대전적 2승 4패로 뒤져 있으나 승부는 끝나봐야 안다. 제2국에 출전한 <여수 거북선> 김혜민.

▲ 불리한 종반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따라붙어 역전승을 거둔 <여수 거북선> 에이스 김혜민. 이때만 해도 <여수 거북선>이 플레이오프 1차전을 가져가는 분위기였다.

▲ 오유진의 바둑에 이렇게 느슨한 종반은 보기 드물다. '종반에 조금이라도 앞서 있으면 반드시 이긴다'는 '종반의 여왕'의 필승공식이 깨졌다.

▲ 장고대국(제1국)에서 바꿔치기를 두 번이나 하는 난전 끝에 3연패의 사슬을 끊고 팀 승리의 디딤돌을 놓은 <부안 곰소소금> 이유진.

▲ 어디서 잘못된 거지? 중앙운영은 확실히 아쉬웠다. 패했지만 이길 기회도 많았던 <여수 거북선> 이영주의 복기.

▲ "초반에 공격이 잘 안돼서 흑이 좋은 바둑이었는데요, 상변에서 착각이 있었던 거 같아요." 악전고투 끝에 인내의 진땀승을 거둔 허서현.

▲ 제3국 종반 장면. 상변 백은 빅이 날 형태였는데 9집을 냈고 우상귀 쪽에서 하변 1선을 젖혀이은 수가 흑의 마지막 패착이었다.

▲ 포스트시즌 이렇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부안 곰소소금> 파죽의 3연승!